A380의 엔진 4개, 이제는 짐이 됐다
요약
2007년 취항한 A380은 500석이 넘는 좌석과 압도적인 객실 공간으로 장거리 여행을 다시 정의할 기종으로 꼽혔다. 그러나 쌍발기 엔진의 신뢰성이 올라가고 ETOPS 규제가 풀리면서 엔진 4개는 장점이 아니라 비용 부담이 됐다. 지금은 두바이처럼 슬롯이 포화된 허브에서 좌석을 최대한 채울 수 있는 노선에서만 살아남았다.
A380이 밀려난 이유는 안전이나 승객 선호, 기술 노후가 아니다. 돈 계산이 맞지 않게 됐다. 시간당 연료가 약 4,600갤런, 현재 유가로 연료비만 시간당 1만 8,000달러에 가깝다. 2025년 기준 총 운항비는 시간당 2만 5,000~3만 5,000달러로 추정되는데, A350 같은 최신 쌍발기는 1만 달러 수준이다. 엔진이 넷이면 점검도 오버홀도 네 번이라 정비비만 시간당 6,000~8,000달러가 붙는다. 콴타스는 시드니~로스앤젤레스 1회 운항에 약 30만 5,000달러가 든다고 계산한 것으로 전해진다.
설계 당시엔 엔진 4개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최대이륙중량 575톤(120만 파운드 이상)을 띄울 만한 쌍발 조합이 1990년대에는 없었다. 규제도 거들었다. 당시 쌍발기는 회항 공항에서 멀리 떨어질 수 없다는 ETOPS 제약을 받았지만 4발기는 자유로웠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엔진 신뢰성이 크게 올라가면서 A350은 ETOPS-370(회항 공항에서 최대 6시간 10분) 인증을 받았고, 787도 비슷한 승인을 얻었다. 사실상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모든 노선이 쌍발기에 열린 것이다. 787과 A350은 허브를 거치지 않는 중소도시 간 직항도 가능하게 만들어, 승객을 대형 허브에 모았다가 흩뿌리는 전제 자체를 흔들었다. 에어버스는 결국 251대만 인도하고 2021년 생산을 끝냈다.
팬데믹은 이 흐름을 앞당겼을 뿐이다. 에어프랑스는 2020년에 완전히 퇴역시켰고, 2025년까지 최소 5개 항공사가 A380 운항을 접었다. 여행자 입장에서 2층 객실과 넓은 샤워실, 바 라운지를 경험할 기회는 노선이 계속 줄어든다는 뜻이다. 반대로 에미레이트는 100대 넘게 운용하며 2040년대까지 쓸 계획이다. 두바이 공항의 슬롯이 포화 상태라 편당 승객을 최대한 늘리는 쪽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A380을 타보고 싶다면 두바이 경유 노선이 가장 확실한 선택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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