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10이 남긴 설계 교훈, 지금 여객기 안전의 밑바탕이 됐다
요약
1970~80년대 DC-10의 화물칸 문, 파일런, 유압계통 사고는 각각 다른 결함을 드러냈고 FAA 감항성 개선 지시로 이어졌다. 그 결과 '백업이 있는가'가 아니라 '한 사건이 백업을 동시에 무력화할 수 있는가'를 따지는 심사 방식이 자리 잡았다. 정비 절차가 기체를 손상시킬 가능성까지 설계 단계에서 검토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1972년 6월 12일 아메리칸항공 96편은 약 1만 1,750피트(3,580m)에서 후방 화물칸 문이 떨어져 나갔다. 급격한 감압으로 화물칸 위 객실 바닥이 주저앉았지만 착륙은 성공했다. NTSB는 걸쇠가 완전히 물리지 않고 잠금 핀이 제자리에 없어도 문이 닫힌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1974년 터키항공 981편에서 같은 유형의 결함이 346명의 사망으로 이어지며, 자율 개선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권고는 두 방향이었다. 잠금 핀이 제대로 걸리지 않으면 외부 핸들과 벤트 도어를 정상 잠금 위치로 아예 돌릴 수 없게 만들 것, 그리고 객실 바닥에 압력 해소 벤트를 둬 감압이 바닥 구조를 밀어내지 않게 할 것. 핀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점검창과 조명 개선도 함께 들어갔다. 1979년 아메리칸항공 191편에서는 엔진과 파일런이 날개에서 분리되며 좌익 슬랫이 접히고, 기장석 스틱셰이커와 슬랫 불일치 경고까지 동시에 끊겼다. FAA는 AD 80-03-10으로 양쪽 외측 슬랫 위치를 받는 속도 제어 컴퓨터 2대와 부기장석 스틱셰이커를 요구했다. 1989년 유나이티드 232편에서는 엔진 파편이 독립 설계된 3개 유압계통을 한꺼번에 손상시켰다(111명 사망, 184명 생존).
지금 승객이 타는 기체의 설계 전제가 여기서 나왔다. 백업의 숫자가 아니라 같은 화재·파열·파편 하나가 여러 백업을 동시에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따지고, 배선과 유압 라인을 물리적으로 떨어뜨려 배치한다. 191편의 파일런 손상이 포크리프트를 쓴 임의 정비 절차에서 비롯됐고 다른 DC-10에서도 균열이 발견된 뒤로는, 정비 작업 자체가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도 안전 심사에 포함됐다. 2025년 11월 MD-11 기종인 UPS 2976편 사고는 이 숙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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