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방 노선 항공기 500대가 조종사 없이 세워져 있다
요약
미국 지역항공사(리저널)에 고장도 정비 대기도 아닌 항공기 500대 이상이 조종사 부족으로 주기장에 서 있다. 대형 항공사의 정년 은퇴 물결이 조종사를 위로 끌어올리면서, 부기장이 18~24개월 만에 기장으로 승격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그 대가는 작은 도시의 항공편이 치르고 있다.
미국 지역항공사협회(RAA)에 따르면 조종사가 없어 운항하지 못하고 세워둔 지역 노선 항공기가 500대를 넘는다. 대부분 엠브라에르 E175와 봉바르디에 CRJ로, 고장이나 정비 대기가 아니라 조종석을 채울 사람이 없어 멈춰 있다. 아메리칸 계열 엔보이 에어는 180대를 보유했지만 조종사로 운용 가능한 기체가 142대뿐이고, 최대 지역항공사인 스카이웨스트는 89대를 세워뒀다. 업계 전체로는 필요한 조종사 정원의 약 67%만 채워진 상태다. 2025년 11월 리퍼블릭 항공과 메사 항공의 합병도 성장 전략이 아니라 두 회사의 조종사 인력을 하나로 합치려는 생존책이었다.
원인은 조종사 지망생이 줄어든 쪽이 아니라 경력의 맨 위쪽에 있다. 규제 완화 이후인 1980~90년대에 대량 채용된 세대가 지금 60대 초중반에 접어들어 FAA 정년인 65세에 차례로 도달하고 있다. FAA는 2042년까지 매년 약 4300명이 정년 은퇴할 것으로 보며, 2026~2028년이 정점이다. 대형사 한 자리가 비면 내부 승격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마지막 빈자리는 지역항공사 기장을 데려가 메운다. 올해만 유나이티드가 약 2500명, 아메리칸이 약 1500명, 델타가 100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그래서 지역항공사는 우측석 경력 12~18개월짜리 부기장을 기장으로 올려야 하고, 과거 5~7년이던 기장 승격이 18~24개월로 줄었다.
여행자 입장에서 체감되는 건 허브 사이 노선이 아니라 그 바깥이다. RAA는 미국 공항의 76%가 조종사 부족으로 항공편이 줄거나 끊겼고, 324개 지역이 정기편을 잃었다고 집계한다. 2026년 1월 아이오와주 더뷰크는 정기 상업편이 전부 사라져, 주민들이 비행기를 타려면 시더래피즈의 이스턴아이오와 공항까지 약 145km, 시카고 오헤어까지 306km를 운전해야 한다. 연방 보조금으로 유지하는 EAS 노선조차 조종사가 없으면 운항이 멈춘다. 미국 소도시를 국내선으로 연결해 들어가는 일정을 짤 때, 작은 공항 구간은 예약해둔 편이라도 감축·결항 가능성을 감안하고 대체 공항까지의 육로 이동을 미리 계산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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