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는 왜 5만 피트까지 올라가나 — 연료가 아니라 시간을 사는 것
요약
민항기는 3만~4만3000피트 구간에서 순항하고 그 위를 도는 민간 항공기는 사실상 전용기다. 걸프스트림 GVI·GVII, 봄바디어 글로벌, 다소 팰컨 일부는 최대 5만1000피트까지 인증받았지만, 높이 나는 이유는 연비가 아니라 혼잡이 적어 실제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전용기의 진짜 상품은 기내 호화로움보다 터미널을 건너뛰는 시간이다.
현대 민항기의 순항 고도는 대체로 3만~4만3000피트다. 보잉 747은 4만5100피트까지 인증받았지만 그 고도로 나는 일은 드물었고, 최근 기종은 4만3100피트 이하로 인증된다. 이 구간이 연비와 성능이 맞물리는 지점이라는 뜻이다. 그보다 높은 고도에도 민간 교통량이 꽤 있는데, 그건 전용기다. 현재 생산 중인 기종 가운데 4만5000피트를 넘기는 것은 걸프스트림 GVI·GVII, 봄바디어 글로벌 계열, 다소 팰컨 일부이며 인증 상한은 5만1000피트다. 항상 그 높이로 날지는 않지만 4만1000피트 아래로 내려오는 일은 드물다.
고도가 오르면 공기 밀도가 낮아져 항력이 줄고, 같은 속도를 내는 데 필요한 추력도 줄어든다. 다만 제트 엔진은 산소가 필요하므로 무한정 올라갈 수는 없다. 무게에 따라 최적 고도도 달라져서, 보잉 777-300ER 같은 광동체는 장거리 초반에 3만 피트 초반에서 시작해 연료를 태우며 단계적으로 올라가 막판에 4만 피트 가까이 붙는다. 에어버스 A350은 날개 덕에 3만5000피트 이상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전용기가 높은 고도에 맞춰 설계된 것은 경제성의 우선순위가 낮기 때문이다. 걸프스트림 G700은 A319와 길이·날개 폭이 비슷하면서 훨씬 가벼운데 날개 면적은 A319와 거의 같고, 추력 대 중량비는 0.339로 757에 가깝다. 승객 몇 명에 연료도 가득 채우지 않고 뜨는 일이 많아 실제 운항에서는 더 유리하다. 민항기가 높이 못 가는 이유도 설계 목표만이 아니다. 급감압 시 호흡 가능한 고도까지 내려오는 비상 강하 능력이 인증에 걸려 있고, 747-8이 4만3100피트로 묶인 것도 강하율이 이전 형식보다 느렸기 때문이다.
여행자 입장에서 정리하면 이렇다. 전용기가 비싼 값을 받는 근거는 기내가 아니다. 요즘 국제선 퍼스트클래스는 평면 침대와 미닫이문, 식사, 라운지까지 갖춰서, 아주 크고 비싼 기종을 빼면 전용기가 퍼스트보다 편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차이는 일정과 지상 시간에서 난다. 항공사 일정에 묶이면 지연·결항 가능성에 보안검색까지 두세 시간이 붙고, 국제선은 도착 뒤 입국 절차가 더 얹힌다. 전용기는 터미널을 거치지 않아 차에서 기내까지가 분 단위이고, 혼잡 없는 고고도에서 마하 0.85~0.95로 달려 비행시간까지 줄인다. 연비는 애초에 우선순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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